상품 컨셉 기획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종종, 일상 생활에서도 가끔은 컨셉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되곤 합니다. 비즈니스 관련 서적에서는 단골로 등장하는 용어기도 합니다. 컨셉(콘셉트라고 쓰기도 함)은 영단어 Concept의 뉘앙스를 살리면서 한글로 번역이 불가능하여, 발음 나는대로 한글화한 경우입니다. 그래서 컨셉을 자주 들먹이는 사람들조차 정의를 잘 설명하진 못합니다. 아래와 같은 컨셉의 정의들을 찾을 수 있지만, 전부 의미가 다른 느낌이고 이해도 쉽지 않습니다.

• 시초가 되는 단서나 생각
• 전략적 요체와 큰 그림
• 본질적 특성이자 차별화된 우위성

영어사전에서 Concept의 뜻은 간단히 개념이라고만 번역된 경우가 많습니다. 개념이란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이나 이해를 뜻합니다. 뭔가를 알게 되었거나, 그로 인해 분명한 생각을 떠올릴 수 있을 때 비로소 개념이라는 게 생기게 됩니다. 수학을 공부하다가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대한 개념이 생겼다고 함은, 그 공식과 원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컨셉이라 부르면 웬지 모를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컨셉은 개념이 아니라 관념에 훨씬 가깝기 때문입니다. 개념과 관념의 사전적 의미를 비교하여 그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 개념 :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이나 이해
• 관념 : 사람의 마음 속에 나타나는 표상·상념·개념 또는 의식내용

개념은 일반적인 것이지만 관념은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것입니다. 같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서도 A는 “컨셉이 좋다”고 말하지만, B는 “컨셉이 별로다”라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컨셉이 일반적이거나 객관적이기보다 오히려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를 반영하여 컨셉을 아래와 같이 재 정의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줄여서 쉽게 표현하면 사람의 마음 속에 주관적으로 형성되는 생각이 곧 컨셉이라고 이해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 컨셉 :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사람의 마음 속에 주관적으로 형성되는 표상·상념·개념 또는 의식내용
  • 표상(表象) : 보통 감각적으로 외적 대상을 의식상에 나타내는 심상(心象)
  • 상념(想念) : 마음속에 품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

이어지는 논리로 상품 컨셉은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 상품 컨셉 : 상품에 대해 사람의 마음 속에 주관적으로 형성되는 생각

여기서 주관적이라는 부분을 특히 눈여겨봐야 합니다. 기업은 의도한 컨셉을 담아서 상품을 기획하고 만들며 출시하지만, 소비자는 기업의 의도대로 쉽사리 이끌려오지 않습니다. 같은 상품에 있어서도 소비자는 알고 있는 지식이나 평소의 사고방식, 그 당시의 상황이나 감정 등 무한대에 달하는 변수에 따라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컨셉을 형성하게 됩니다. 컨셉은 주관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공급자와 수요자의 좁힐 수 없는 시각 차가 생겨납니다.

상품 컨셉 기획이란 곧 상품의 컨셉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소비자가 우리 상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컨셉을 형성하게끔 유도하는 작업입니다. 상품의 본질이 객관적 속성이라면, 컨셉은 이를 감싸고 있는 포장과 같습니다. 소비자들은 상품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지만, 마음 속에서 실제로 대면하는 것은 상품의 본질이 아닌 컨셉입니다. 하지만 기업에서 의도한 컨셉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본인의 관점에서 새롭게 컨셉을 형성합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상품 컨셉 기획이란 고객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컨셉이 형성되도록 하는 포장지를 입히는 작업과 같습니다.